여성할당제 관련 여러분들께 넘겨 드리는 숙제 몇가지

   

 

 

당내 의견그룹을 자처하는 조직에서 여성할당 문제를 언급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지 않습니다. 누구 말대로 입 다물고 있거나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갔으면 중간은 갔을 테고 이렇게까지 감정적이고 윤리적인 비난까지 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는 지난 3.1 당대회에서 여성할당제가 43 (수정안) : 280 (원안)으로 부결된 이후, 이 논란이 일단락된 줄 알았습니다. 수정안을 냈던 쪽에서는 왜 대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했는지 평가하고, 원안에 찬성했던 압도적 다수 쪽에서도 수정안에 담긴 고민에 대해 조금은 이해해 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당대회 후 거의 보름 동안이나 글마다 쫓아 다니며 수정안을 내고 발언한 것을 사과하고 대의원 사퇴를 주장하고 있고, 그런 분을 슬쩍 두둔하며 수정안을 냈던 취지가 불쾌하다면서 마초이고 반동적이라는 섬뜩한 단어로 딱지 붙이기를 하고 있고, 그 밖에도 많은 분들이 앞에서 권병덕님이나 걸리버님 지적처럼 주장의 왜곡하고 가공하여 선동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불필요한 감정적 대응을 하기 싫어, 제가 고민했던 문제를 여러분께 숙제로 넘겨드리고 벗어나려 합니다.

 

수정안을 냈던 측과 그 반대측이 정상적인 논쟁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본인이 갖고 있는 가치관에 따른 당위성을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수정안에 극도의 거부감과 불쾌감, 분노를 드러내는 분들의 글을 보면, 모두 가치판단의 영역인 당위성만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현재 진보신당에서 발생하고 있는 비정상적(물론 제 주관적인 판단입니다)인 문제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여러분께 숙제로 넘겨드리려고 합니다. 미리 말씀 드리자면, 저는 아래 구체적인 사례들이 굉장히 문제가 많다고 생각했고, 그 해결책의 일환으로 수정안을 냈습니다.

 

 

1. 여성명부 입후보가 없으면 일반명부 입후보도 무효?

 

경기도당 안양/과천/의왕/군포 선거구 전국위원 선출정수는 2명으로 일반명부 1, 여성명부 1명으로 할당되어 후보등록을 받았는데, 여성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일반명부 후보자 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통지(전화문의에 대한 답변)가 있었다가, 본인이 공식적으로 이의신청을 하자, 거의 일주일 만에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다시 후보등록을 받는 촌극이 벌어졌습니다. 다행히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져 후보등록이 받아들여졌지만, 당헌에 명시된 당원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중의 하나인 피선거권이 여성할당제로 인해 이렇게 원천적으로 제한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참고: http://www.newjinbo.org/board/view.php?id=proposal&no=1001)


이것을 좀 더 확대해 보면 이렇게 됩니다. 대표단 선거에서 여성명부 입후보자가 미달이 되면 다른 후보의 자격을 모두 박탈해야 합니다. 시도당위원장, 부위원장 선거에서 여성명부 입후보자가 없으면 다른 후보의 자격을 모두 박탈해야 합니다. 당협 위원장, 부위원장 선거에서 여성명부 입후보자가 부족하면 다른 후보의 자격을 박탈해야 합니다. 대의원-전국위원 선거에서 해당 선거구의 여성명부가 미달이 되면 다른 후보의 자격을 모두 박탈해야 합니다. 이런 문제가 예상되기 때문에 중앙선관위는 기존의 여성할당제의 엄격한 적용입장을 번복하고 후보등록을 허용한 듯 합니다. 저는 이번 중앙선관위의 처리과정을 지켜보며 원칙을 지켜야할 중립기구가 대단히 정치적인 판단을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1) 여러분은 당원의 피선거권을 여성할당제를 위해 원천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2) 좀 더 확대해서 여성이 전국위원 총수의 30%에 미달되면 나머지 70% 남성 전국위원의 자격은 박탈되는 것인지요?

3) 만약 해당 지역을 시도당 선관위에서 둘로 분할해 1인 선출 선거구로 만들어 일반명부만 받는 편법을 썼다면 문제가 해결되었을까요?

(해설: 이렇듯 소--대 선거구 문제, 할당문제, 명부분리 문제가 엉켜 있어 전국단위 선거는 중앙선관위에서 일관된 원칙에 따라 선거구를 결정하는 선거구 법정주의를 도입해 논란이나 분란을 없애고자 했는데 당대회에서 부결되었습니다)

 

 

2. 추첨전국위원 6명은 모두 여성으로 선출한다?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전국위원은 모두 98명으로 그 구성 및 정수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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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선출: 58 (일반 37 / 여성 19 / 장애인 2)

- 부문할당: 13 (일반 7 / 여성 3 + 장애인 추가할당 3)

- 당연직: 21 (일반 18 / 여성 3) ß- 대표단 5 + 시도당위원장 16

- 추첨제: 6 (일반 0 / 여성 6)

 

이 발표를 보면 추첨전국위원 6명은 여성할당제를 맞추기 위해 모두 여성만 선출하게 됩니다. 제가 알기로 추첨제 도입취지는 무작위 추첨에 따라 평당원의 의결기관 참여보장(대변인 발표)인데, 당원의 다수(75%)를 차지하는 남성 당원들은 원천적으로 추첨전국위원이 될 자격이 봉쇄되어 있습니다.

 

1) 추첨전국위원 제도를 여성할당제를 맞추기 위한 도구로 이용해도 되는지 묻고 싶습니다.

2) 만약 추첨제가 없어 전체 98명중 여성이 30% 이하가 되면 (그 이유는 당연직인 1인 선출직인 시도당위원장이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임) 나머지 전국위원 자격이 모두 박탈되는 것인가요?

 

이에 대해 아래와 같이 중선관위에 질의를 했는데, 별도의 논의가 없어 답변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수정안을 냈던 것입니다.

http://www.newjinbo.org/board/view.php?id=discussion&url=/board/list.php?id=discussion&search[name]=on&search[word]=중선관위&no=27527

 

 

3. 보통선거, 평등선거, 표의 등가성 문제와 허용할 수 있는 역차별의 한계는?

 

현재 국회의원 선거구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약 11~33만 명당 1명씩 선출하도록 선거구를 나눕니다. , 유권자 1인당 1표의 가치는 최대 3(3:1) 차이가 납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대략 2:1 이내로 선거구를 조정해 표의 등가성을 좀 더 정교하게 맞추는 편입니다. 진보신당도 대의원은 30명당 1명씩, 전국위원은 200명당 1명씩 선출하되 대의원은 당원 16~45명에서 1명을 선출하고, 전국위원은 101~300명에서 1명을 선출하므로 이 또한 유권자 1인당 1표의 가치는 최대 3배 차이가 납니다. , 101명에서 1명의 전국위원을 선출하는 선거구의 당원은 299명에서 1명의 전국위원을 선출하는 당원에 비해 1표의 가치가 약 3배가 되고 이 정도의 불평등을 허용한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표의 등가성을 최대한 정교하게 맞추려는 노력을 이유는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듯이 대표성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진보신당에서는 이런 원리들이 너무도 쉽게 무시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대의원 선거에서 강원도당 제1선거구(춘천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강원 춘천시는 107명의 당원으로 30명당 1명의 대의원 선출규정에 따라 4명의 대의원을 선출해야 하는데, 여성할당 인원을 채우지 못해 일반명부 1, 여성명부 3명을 선출하도록 합니다. 그 결과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다음과 같이 피선거권을 심각하게 훼손당했습니다.

 

107명의 당권자 중 약 80(전체 당원 중 남성당원 75% 감안)의 남성당원들은 1명만 선출하므로 80:1의 경쟁을 뚫어야 대의원이 되고, 27명의 여성은 3명을 선출하므로 9:1의 경쟁률만 뚫으면 대의원이 됩니다. ,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피선거권이 1/9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비단 특정 선거구의 문제만이 아니라, 2인 선거구 4인 선거구처럼 여성이 50% 이상 할당되는 곳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비슷합니다. 결국 여성할당제를 적용하기 위해, (남성)당원의 기본적인 권리인 피선거권을 얼마만큼 제한할 수 있느냐의 문제인데, 저는 현재 너무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통선거, 평등선거 원리에도 심각하게 위배된다고 판단하여 수정안을 냈던 것입니다.

 

1) 여성할당을 맞추기 위해 기본 권리인 피선거권을 남녀에 따라 9:1 차이를 인정하고 제한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2) 당원 수에 비례하여 대의원과 전국위원 선출인원을 정하여 표의 3:1 이내로 등가성을 맞추면서, 할당제 적용을 위해 허용할 수 있는 역차별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의견을 주십시오.

3) 지난 대의원선거에서 경남도당처럼 장애인할당을 맞추기 위해 1인 선거구에 장애인명부만 설치하여 일반 당원들의 피선거권을 원천 봉쇄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4. 당원협의회의 공동위원장은 왜 여성할당을 요구하지 않으시는지요?

 

서울시당 성북당원협의회의 경우, 조직의 원활한 운영과 내년 지방선거, 그리고 총선을 대비하기 위하여 공동위원장 체계를 규약으로 제정하고 성북갑/을 공동위원장을 성북구 당원 모두가 참여하여 한꺼번에 선출했습니다. 만약 여성할당제를 엄격히 적용한다면 당연히 공동위원장 중 1명은 여성으로 할당해야 하고, 여성위원장 후보가 없으면 나머지 한 명의 위원장 후보자격도 박탈해야 합니다. 저는 당내 조직운영에서 이러한 불합리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수정안을 냈던 것입니다.

 

1) 이에 대해 여성할당을 주장하는 분들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이것 당헌에 명시된 여성할당제 위반이 아닌지요?


(
해설: 개인적으로 들은 바에 의하면, 성북갑 위원장명부, 성북을 위원장 명부가 분리된 것으로 유권해석을 하여, 각각 1명을 선출하기 때문에 여성할당제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던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옹색한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성북구 전체의 공동위원장이므로 따로 선출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선거권이 성북갑 당원과 성북을 당원으로 나뉘어 선출을 한 게 아니라 성북구 당원 모두가 참여한 선거이기 때문에 명부분리에 의한 각각 1명 선출이라는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비단 서울 성북당혐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의 많은 당협에서 당장 맞닥뜨린 여성할당제 적용의 문제입니다. 여성할당제 정신을 엄격하게 적용하면 당협의 공동위원장 중 1명은 무조건 여성으로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논리의 일관성이 유지되는데 그에 대한 여러분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5. 마치며

 

위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든 것 이외에도 조직 전반에 걸쳐 많은 문제가 있음을 쟁점과 토론게시판을 통해 지속적으로 올렸고, 그것을 담아 몇몇 당원들과 대의원의 도움을 받아 수정안을 냈습니다. 모두 당을 좀 더 민주적으로 운영하고 또 당원들의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되는 역동적이고 살아있는 당을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여성할당제 문제는 차분한 논쟁이 아닌 감정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어 저에겐 아직도 큰 벽으로 느껴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종교나 철학 그리고 정치 얘기는 논쟁을 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만큼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꼭 이래야 한다는 당위성의 문제가 나오면서 의견이 평행선을 긋고, 서로 자신의 가치관이나 당위성을 강제로 받아들이기를 요구하면서 감정싸움으로 치닫곤 하기 때문입니다. 여성할당제를 언급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마초이라는 표현, 반동이라는 표현까지 나오는 걸 보면서 앞으로 갈 길이 참으로 멀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의 주관적인 가치관을 근거로 한 당위론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재단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도 당위론을 주장한다면 누구보다 더 과격한 내용을 말할 수 있습니다. 진보신당이 종교단체도 아니고 이상과 당위론만으로 집권할 수 없습니다. 소위 진보진영의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는 설계도는 궁궐처럼 화려하고 휘황찬란한 이상향을 그려내는데 막상 건물을 짓는 걸 보면 개 집만도 못한 건물을 짓곤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 놓고 좀 더 튼튼하고 안전한 개집을 짓자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너무 쉽게 개량주의니 뭐니 손가락질 해대곤 합니다. 수 차례에 걸쳐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이러 이러한 문제가 있고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수정안을 냈다고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왜곡하고 부풀려서 감정적이고 선동적인 발언으로 마치 발언 그 자체만으로 상종하지 못할 사람으로 매도하는 것은 우리 모두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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