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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국 정치사에 등장하는 많은 정치인 중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몽양 여운형입니다. 정치인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양하고 폭넓은 그의 삶이었지만 저는 정치인으로서의 여운형을 존경합니다.

너무나 잘 알려져있다시피 여운형은 일제 시절 상해로 건너가 고려공산당에 참여하고 임정 수립 과정에서도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일제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 생활을 하고 출옥 후 조선중앙일보 사장을 지내죠. 해방 이후 건국준비위원회 활동과 좌우합작운동의 지도자로서 민중의 사랑을 받습니다. 그러다가 안타깝게도 혜화동 로터리에서 암살을 당하지요.

제가 여운형의 인생에서 가장 공감하는 장면은 상해 시절, 도쿄로 날아가 일제의 심장부에서 조선 독립을 주장했던 일입니다. 그는 일제의 초청을 받아 도쿄를 방문한 자리를 지혜롭게 활용해, 일제의 조선 지배의 부당함을 역설했습니다. 이 사건이 크게 보도되어 침체되어 있던 조선 민중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진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이때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여운형의 방일을 반대합니다만 정치적 감각이 남달랐던 여운형은 상대의 허를 찔러 큰 성과를 얻어낸 것이죠.

그리고 또, 여운형은 해방 이후 정국에서 일관되게 극좌와 극우를 배제하는 정치노선을 추구합니다. 박헌영의 좌파세력도, 김구와 이승만의 우파세력도 독립된 민주주의 국가 건설보다는 자파의 정치적 이해만을 내세워 상황을 파국으로 몰고 갈 때 그는 목청 높여 좌우합작을 외치죠. 더 큰 이해 앞에서 작은 차이를 내세우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밖에도 많은 이야기가 있지요. 당시 정치인들 중 그만큼 탁월한 국제감각을 가진 사람도 없었고, 청년들과의 소통 능력을 가진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정식 교수의 저서에 보면 여운형은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그는 어떤 형식이나 도그마에도 얽매이지 않는 정치인이었습니다.

저는 여운형의 정치노선을 오늘에 되살리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희망 없는 이 시대 한국 정치의 활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