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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켄에서 루체른으로 가는 길
4월 13일 (수) 아침 6시 15분, 8시간 넘게 푹 자고 일어났더니 많이 회복됐다. 아무리 빡빡한 일정이라도 잘 먹고, 잘 자면 견딜만 하다. 씻고 0층에 내려가 호텔 뷔페식 아침을 먹었다. 어제는 아침식사를 하는 손님이 많지 않았는데, 오늘 아침은 제법 넓은 홀이 거의 꽉 찼다. 일본 사람들, 태국 사람들이 단체로 관광을 온 듯 하다. 아침을 먹고 방에 올라와 짐 챙겨 갖고 내려와 체크아웃하고 7시 20분쯤 호텔을 나왔다.
석과장은 인터라켄 서역(WEST)에서 루체른으로 가는 기차가 출발하는 동역(OST)까지 유레일패스를 이용하여 공짜로 기차를 타고 오겠단다. 난 산책을 하듯 동역까지 천천히 걸어왔다. 스위스는 유럽 나라중에 수도물을 그냥 먹어도 괜찮은 드문 나라중에 하나다. 엊그제 베른역에서 산 1.5 리터 물병에 호텔 욕실 수도꼭지에서 물을 가득 담아 배낭에 넣어 가지고 나왔다. 배낭을 메고 서역에서 동역까지 약 20분 걸었더니 어깨가 욱씬거린다. 9년전 배낭여행할 때는 종일 배낭을 메고 다니기도 했었는데... 이제 나도 체력이 많이 약해졌다.
아침 8시 8분, 인터라켄 동역(Interlaken OST)에서 기차를 타고 루체른으로 향했다. 두 시간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 맑은 호수, 푸른 초원, 그림같은 집 그리고 만년설이 뒤덮힌 산들이 두시간 내내 그림처럼 펼쳐진다. 아름답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는 풍경이 이어지는 이곳을 골드패스(Gold Pass) 구간이라고 한단다. 충분히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어 보였다. 아침 일찍 나온데다가 어제 피로가 덜 풀려서인지 졸음이 밀려온다. 둘 다 스르르 달콤한 잠속을 다녀왔다.
오전 10시 8분, 루체른역에 도착했다. 짐 보관소를 찾아 지하 1층에 내려가 각자 7 스위스프랑을 주고 유인 짐 보관소에 짐을 맡겼다. 짐을 맡기고 역 밖으로 나오는데, 우리회사 같은 차수 문화탐방팀중 한명인 윤과장 부부를 만났다. 루체른 시내 구경을 하기전에 먼저 리기쿨룸(Rigi Kulm)을 다녀오기로 하고, 출발시각을 알아보니 오전 10시 32분, 곧바로 출발하는 유람선이 있어 유레일패스 소지자에게 주는 할인혜택을 받아 조금 싸게 티켓을 끊고 유람선에 올랐다.

루체른 - 호수, 유람선, 산악열차, 리기쿨룸

유람선안에서 윤과장 부부와 한팀으로 움직이는 김차장님 부부와 아이 둘을 만나 모처럼 큰 일행이 되어 움직이게 되었다. 날씨가 흐리고 호수에 물안개가 옅게 껴 있다. 한시간 정도,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건너 피츠나우(Vitznau) 선착장에서 내려 곧바로 산악열차로 갈아탔다.
산악열차는 모두 2량이었는데, 빨강색으로 동화속에 나오는 장난감 같은 느낌이었다. 산악열차는 관광객들도 이용하지만, 그 지역에 사는 초등학생들도 등하교용으로도 이용하고 있었다. 마침 하교 시간이었는지, 아이들이 우루루 올라탔다가 몇백미터 간격으로 자기동네 앞에서 한 두명씩 내리는 모습이 정겹고 이쁘다.
12시 15분, 산악열차는 순식간에 해발 1000 미터 이상을 올라와 리키쿨룸 정상에서 내려준다.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있고, 눈이 두껍게 쌓여있다. 안개가 너무 짙게 끼어 불과 몇미터도 볼 수 없을 정도다. 알프스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곳인데, 오늘 우리에겐 그 풍경을 보여주지 않는단다. 아쉽다.
아쉬운 마음에 리기쿨룸 정상의 자욱한 안개속에서 잠시 배회하다가, 눈 쌓인 산책길을 따라 약 20분 정도 걸어 내려와 산악열차 내려오는 것을 기다려 잡아타고 내려왔다. 산악열차를 타고 내려오다가 리기칼바트(Rigi Kalbad)역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타고 유람선을 탈 수 있는 베기스(Wegis) 선착장까지 내려왔다.
굉장히 높은 산위에서 절벽처럼 하늘을 날아 급하게 내려오는 케이블카를 타고 이제야 서서히 벗겨지는 안개사이로 언뜻 그 아름답다는 알프스의 속살을 살짝 엿볼 수 있었다. 베기스에서 루체른으로 돌아오는데 그제서야 안개가 서서히 벗겨지고 날씨도 좋아지고 있었다. 이 높은 지역에 이렇게 넓고 깊은 호수가 생긴 것은 빙하가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스위스 호수가 지나치게 맑다는 느낌이 들었다.

루체른 - 시내관광, 카펠교, 빈사의 사자상

오후 3시 12분, 호수 유람선을 타고 루체른 시내로 다시 돌아왔다. 김차장님 가족과 윤과장 부부조과 헤어져 루체른 시내로 들어가 점심 먹을 곳을 찾아 보았지만 마땅치 않다. 할 수 없이 구 시가지의 한 핫도그-빠게트 가게에서 10.5 스위스프랑을 주고 세트메뉴를 시켰다. 치킨, 야채, 토마토케찹을 넣어 만든 바게트였는데, 제법 맛있다. 카펠교를 바라보며 강가 계단에 앉아서 억지로 운치있는 척 폼 잡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간단히 점심을 해결하고, 루체른에서 제일 유명한 나무로 만든 다리인 카펠교를 건너주고, 다음은 빈사의 사자상을 찾아갔다. 덴마크 작가가 암벽을 깍아 만든 빈사의 사자상은 몰락해 가는 프랑스 왕조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목숨을 바친 786명의 스위스 용병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조각이란다. 슬픈 스위스 역사를 되새겨 볼 수 있는 곳이었다. 사진찍고 그 앞 연못에 동전을 하나 던졌다.
그곳에서 윤과장 부부와 잠시 또 만났다. 잠시 그렇게 빈사의 사자상 앞 벤치에서 쉬다가, 바로 옆 쪽에 있는 빙하공원을 들어가려는데, 입장료를 받길래 그냥 밖에서 슬쩍 구경만 하고 사진 한방만 찍고 시내로 내려왔다. 석과장과 5시 40분 카펠교에서 만나기로 하고, 구시가지 쪽으로 내려와 무제크 성벽과 카펠교 서쪽으로 덜 유명한 목조 다리를 구경하고 그 앞 벤치에 앉아서 여행기를 썼다.

루체른 - 스위스 전통음식 치즈뽕듀

오후 5시 40분, 약속시간에 카펠교에서 석과장을 만나 저녁 먹을 곳을 찾았다. 여행가이드에 이곳 루체른에 아리랑이라는 한국음식점이 있다길래, 그 주소로 정확히 찾아갔지만 아무리 찾아 보아도 없다. 나와 있는 주소 주변을 몇번을 돌아 보았지만 못 찾아,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다. 무슨 말인지 모를 독일어 안내방송만 나오고. 결국 한국음식점 찾는 것을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데, 석과장은 점심을 늦게 먹고 배가 부르다며 루체른역에 가서 간단히 해결하겠단다.
난 스위스를 떠나기 전에 스위스 전통음식인 치즈뽕듀를 꼭 먹어 보겠다는 일념으로 구시가지에 있는 뽕듀 전문점을 찾아 들어갔다. 저녁 6시 55분, 뽕듀 전문점에 들어갔더니, 앉아 있던 열명이 넘는 스위스 군인들이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순간 동물원 원숭이가 된 느낌. 그래도 태연한 척 주인이 안내하는 자리에 앉아 치즈뽕듀를 시켰다. 한 20분쯤 지나 치즈뽕듀가 나왔다. 깍두기만하게 썰은 빵을 약간 불에 녹여 시큼하면서 와인냄새가 나는 치즈에 찍어 먹었다. 계속 빵을 치즈에 찍어 먹었더니 느끼하다. 그래도 열심히 악착같이 먹었다. 그래도 거의 반이나 남겨놓고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아깝다. 치즈 덩어리를 계속 먹기는 무리다.

루체른 - 쮜리히를 거쳐 로마로 가는 야간침대열차
밤 8시 10분, 루체른역에서 예정보다 좀 이르게 쮜리히로 가는 기차편이 있어 바로 올라탔다. 유레일패스를 갖고 있는 사람은 예약없이 그냥 탈 수 있었다. 2층으로 된 기차였는데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가 앉았다. 그 기차 안에서도 젊은 한국남녀를 만났다. 쮜리히까지는 2시간 정도 걸려 밤 10시쯤 도착했다. 쮜리히에 도착하여 역 사진 찍고 한시간 남짓 역 주변을 돌아봤다. 짐을 짊어지고 다니기가 몹시 힘들었지만, 역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페스탈로찌 공원이 있어 그곳을 찾아갔다.
페스탈로찌 공원은 아주 조그만했다. 공원 가운데에 동상이 있다. 얼굴에는 자상한 미소를 띠고 어린이를 쓰다듬는 모습으로 페스탈로찌 할아버지가 엉거주춤 서 계신다. 사진 한방을 찍고 공원앞 벤치에서 배낭을 내려 놓고 쉬었다. 루체른에서 좀 열심히 쏘다닌데다가 이곳 쮜리히역에서 내려 배낭을 메고 다녔더니 온몸의 힘 고갈된 느낌이다. 어깨가 결리고, 허벅지가 욱씬거리고, 무릎이 시큰거린다. 밤 공기가 좀 서늘했지만 상쾌했다. 쮜리히 역에서는 독일어, 불어, 이태리어로 안내방송이 나온다. 쮜리히에도 트램이라는 전철이 도시의 주요 교통수단인 듯 하다.
밤 11시 9분, 쮜리히 출발, 베네치아, 피렌체를 경유하여 로마로 가는 야간침대열차, 쿠셋을 탔다. 처음 쿠셋을 타 보는 것이라 좀 어리버리 했지만, 곧 다른 사람들 하는 것을 눈치껏 따라했다. 우리 6인용 침대칸(콤파트먼트)에는 젊은 스위스 여학생, 독일어를 하는 중년 아줌마, 독일어를 하는 할머니, 이탈리아말을 하는 아저씨, 그리고 우리 둘 이렇게 6명이 꽉 채워 탔다. 처음엔 서로 좀 어색한 분위기였지만, 스위스 여학생과 아줌마의 활달함으로 이내 편해졌다.
곧 좌석을 침대로 전환시켜 각자 자기 침대로 들어갔다. 양쪽으로 3단 침대가 만들어졌는데, 너무 좁아 움직이기가 옹색했지만 누우니, 여전히 답답하지만 그런대로 편하다. 잠들기 전 차장이 와서 손님들의 유레일패스, 기차표, 여권을 모두 걷어갔다. 몸이 많이 피곤했던지 침대에 누에처럼 꼼지락거리다가 곧 잠이 들었다. 잠결에 기차의 흔들림이 느껴졌지만 이내 깊은 잠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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