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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라켄 - 늦은밤 호텔에서 겪은 어이없는 사건
밤 10시 9분, 베른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를 갈아타고 어두운 밤을 한시간 정도 달려 인터라켄 서역(Interlaken West)에서 내렸다. 기차예약은 서역을 지나 동역(Interlaken OST)까지 가는 표였지만, 우리가 묵을 호텔이 서역 부근에 있어서 한 정거장 앞에서 미리 내린 것.
어렵지 않게 우리가 예약한 호텔인 메큐르호텔을 찾았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이라 반가운 마음에 호텔 현관에 들어서는데, 허걱! 문이 잠겨 있는게 아닌가. 초인종을 몇번이고 눌러도 인기척이 없다. 이런 황당할 데가 있나. 몇번인가를 초인종을 누르다가 석과장이 초인종 옆에 있는 수화기같은 것을 눌렀더니 인터폰에서 대답을 한다.
서로 서툰 영어로 통화를 한 결과, 약 3-40분 후에 와서 호텔 문을 열어준단다. 좀 황당하긴 했지만, 어쩔수 없이 늦은 밤 인적이 거의 끊긴 거리의 호텔앞 계단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기다릴 수 밖에. 정말로 약 40분쯤 지나자, 호텔 직원이 아닌 경비업체 직원이 도착하더니, 호텔문을 열고 들어가 안내책상(Reception Desk)에 있는 예약자 명단을 확인하고, 우리 열쇠를 건네준다.
석과장이 내일 융프라우 오르는 일정과 융푸라우에서 스키타는 정보를 물어봤지만 신통치 않았다. 그 경비업체 직원은 다시 호텔 문을 잠그고 돌아갔다. 우리는 열쇠를 받아들고 배정된 #31호실에 들어가 짐을 부렸다. 호텔방에 들어가 호텔안내문을 읽어 봤더니 호텔안내 직원은 밤 10시까지만 근무한단다. 그 이후엔 경비업체 직원이 문 따주고 손님을 안내 한다는 것이다. 재밌다.
나중에 융프라우에 올라갔을때, 단체여행 가이드와 잠시 얘기를 나눴는데, 여기 인터라켄에서는 그게 보통이란다. 스위스는 인건비가 워낙 비싸 호텔직원이 24시간 근무하기가 힘들어 이렇게 밤 늦게는 경비업체 직원이 업무를 대행하는 시스템이 갖춰졌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얘기다.

인터라켄 - 융프라우, 알프스 처녀의 어깨

4월 12일 (화) 아침 6시, 일찍 일어나 서둘러 씻고 0층 호텔안내로 내려갔더니, '다행히' 직원이 출근해 있다. 아침식사시간인 6시 반을 기다려, 서둘러 뷔페식 아침을 먹고, 융프라우 산악열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인터라켄 서역에서 동역으로 뛰듯이 걸었다. 융프라우 산악열차가 출발하는 인터라켄 동역에는 벌써 단체 여행객들이 역 대합실에 꽉 찼다. 한국사람, 중국사람, 일본사람, 태국사람, 그리고 서양사람들이 우글우글하다. 역 창구에서 인터넷에서 인쇄한 할인티켓을 보여주고, 120 스위스프랑을 주고 융프라우행 산악열차표를 끊었다.
아침 7시 20분, 인터라켄 동역(OST)을 출발하여 그린델발트(Grindelwald)쪽으로 향하는 기차를 타고 융프라우를 오르기 시작했다. 그린덴발트에서 클라이네샤이덱(Kleine Scheidegg)까지는 바퀴에 톱니바퀴가 있는 산악열차를 갈아타고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한번 융프라우 정상까지 올라가는 산악열차를 갈아타고 올라갔다. 암벽을 뚫어 만든 굴을 따라 융프라우 정상까지 꾸준히 올라간다. 3000 미터 이상을 올라가니 말로만 듣던 고산병 증세가 나타난다. 땅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리고, 온몸에 힘이 빠진다. 석과장이 좀 더 고생을 한다.
오전 9시 37분, 드디어 3500 미터 융프라우 정상에 올랐다. 고산병 증세를 이겨내며, 스핑크스 전망대에서 올라가서 사진찍고, 레스토랑에 가서 쿠폰주고 컵라면 받아서 뜨거운 물 부어 먹는데, 정말 정말 맛이 끝내준다. 시간이 많지 않아 서둘러 컵라면을 먹고, 얼음궁전을 거쳐 플라트 전망대까지 구보를 하듯 돌아다녔다. 융프라우의 하늘은 눈이 부시도록 맑았고, 새하얀 설경은 정말로 제대로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눈부셨다.

인터라켄 - 융프라우 내려오는 길의 하이킹

오전 10시 45분, 내려가는 기차시각을 맞추기 위해, 융프라우 구경을 서둘러 마치고 내려왔다. 오전 11시 35분, 다시 클라이네샤이덱(Kleine Scheidegg)에 도착해서, 석과장은 그곳에서 장비를 빌려 스키를 타러 가고, 나는 클라이네샤이덱에서 라우터브룬넨(Lauterbrunnen)으로 내려가는 도중, 적당한 역에서 내려 하이킹을 하려고 했다가, 아직 하이킹 하기엔 눈이 너무 많이 쌓여 있어 위험하다는 차장의 말에 좀 더 내려와 더 밑으로 내려와 하이킹을 시작했다.
라우터브룬넨역에서 산악기차에서 내려, 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과 마을 뒤쪽으로는 그림같은 만년설이 병풍처럼 둘러싼 풍경을 구경하며, 쯔바이뤼친넨(Zweiluchinen)역까지 걸어 내려갔다. 처음에는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다가 어느 조그만 마을에서 냇물 건너 포장도로와 옆으로 길게 산책길이 펼쳐져 있어 그 길이 산책길라는 것을 알았다.
그길을 따라 유모차를 몰고 산책을 하고 있는 한 아주머니에게 이 길이 쯔바이뤼친넨으로 가는 산책길임을 물어서 확인하고, 그 산책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며 아무도 없는 호젓한 숲속길을 혼자 걸었다. 맑은 공기, 푸른 초원, 그림같이 예쁜 집들이 모여 있는 마을, 거대한 절벽, 맑은 개울물, 울창한 숲, 그리고 뒤쪽으로 펼쳐진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알프스의 커다란 산들을 구경하며 걸었다.
오후 1시반 쯤, 하이킹의 목적지인 쯔바이뤼치넨역에 도착했다. 점심때가 되어, 젊은 역무원에게 이 역 주변에 점심 먹을 만한 곳이 없냐고 물었더니, 조그만 음식점이 있는 곳을 알려준다. 알려준 곳에 갔더니 문은 닫혀 있고 안에 사람도 없어서 역으로 되돌아와 역 구내 자판기에서 과자 한봉지를 사서 물과 함께 먹었다.
오후 2시, 융프라우에서 내려오는 인터라켄 동역(Interlaken OST)으로 가는 열차를 잡아타고, 오후 2시 10분에 동역에 도착했다. 동역에서 내리자마자 호수유람선을 타기 위해, 가까이에 있는 선착장에 가서 창구 직원에게 물었더니 정확히 오후 2시 10분에 오늘 운행이 끝났단다. 그리고 내일 오전 11시부터 다시 호수유람선을 운행한단다. 여행출발전 세웠던 일정중 처음으로 어긋났다.

인터라켄 - 늦은 점심, 유레일패스 기차예약
일정이 어긋나니 오히려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역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고 쉬다가 점심을 과자 한봉지로 때웠던 일이 문득 생각나고, 배가 고프다는 것을 느꼈다. 역 앞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는 '오징어덮밥'이라는 한글메뉴가 보이길래 그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아시아 레스또랑(ASIA Restraunt)이라는 식당이었는데, 태국사람이 운영하는 중국식, 태국식 음식점이었다.
어쨌든 오징어덮밥을 시켰다. 음식이 나온 것을 보니, 흉내는 냈는데 쌀은 동남아산 안남미에다가 양배추와 이름을 모르는 채소 그리고 고추가루를 버무려 만든 우리나라 것과는 좀 많이 다른 동남아음식 특유의 냄새가 나는 오징어덮밥을 먹었다. 오후 3시에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당에서 나와 유람선을 타고 구경하려던 브린츠 호수가를 잠시 혼자 거닐었다. 날씨가 흐리고 좀 추운데다가 바람까지 불어 그냥 호텔로 돌아가려다가, 시간이 있을때 기차예약을 해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동역에 들어가 기차예약을 했다. 기차예약을 할땐 종이에 출발지 목적지 날짜 열차시각 등을 적어서 창구에 넣어주면 불필요한 시간과 설명을 줄일 수 있다.
4월 15일 (금) 로마 출발 피렌체행 열차, 4월 16일 (토) 피렌체 출발 베네치아행 열차, 4월 16일 (토) 베네치아 출발 오스트리아 빈행 야간열차를 한꺼번에 예약했다. 출발전 유레일시각표와 인터넷으로 확인까지 했는데 노선이 변경되거나 시각이 변경된 경우가 생긴다. 그때 그때 상황에 맞게 최선의 방법과 시간을 맞춰 예약을 해야 한다.

인터라켄 - 스위스 전통음식 미트뽕듀
오후 5시 반, 인터라켄 동역(OST)에서 서역(WEST)까지 천천히 인터라켄 시내를 음미하듯 걸었다. 호텔에 들어와 짐 정리하고 잠시 쉬고 있으니, 오후 내내 융프라우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온 석과장이 들어온다. 워낙 햇살이 따갑고 눈이 부시도록 빛이 강해 석과장의 얼굴이 온통 벌겋게 탔다. 간단히 씻고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이미 여행을 다녀왔던 회사 사람들이 문화탐방기에서 인터라켄에서 꼭 먹어보라고 추천한 스위스 전통음식 뽕듀를 먹기 위해, 우리가 묵는 호텔 맞은편에 베르너 레스토랑(Berner Restraunt)에 들어갔다. 아직 저녁시간으로는 좀 이른 6시 쯤이어서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레스토랑 주인이 아주 즐겁게 즐기면서 손님을 맞이하고, 종업원들도 눈치껏 재빠르게 움직이는 데다가 흥겨운 음악이 넓은 홀을 꽉 채우듯 흘러 넘친다.
우리는 미트뽕듀를 2인분 시켰다.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살점을 쇠 꼬챙이에 찍어 식물성 오일에 2-3분간 익힌 다음 여러가지 소스에 찍어 먹는 미트뽕듀는 독특하고 맛있었다. 미트뽕듀와 같이 나온 야채 샐러드와 공기밥 등을 함께 먹었더니 몸이 둔해질 정도로 배가 부른다.
저녁 6시쯤, 우리가 첫 손님으로 들어온 후, 하나 둘 들어온 손님들이 8시가 안되어 넓은 홀을 꽉 채운다. 대부분 한국손님, 중국손님, 일본손님이다. 서양손님은 오히려 소수다. 젊은 사장이 비지니스 마인드가 있고, 한국말도 몇마디씩 해주니 한국 아줌마 아저씨 단체손님들이 박장대소를 하며 좋아한다. 즐겁게 맛있게 먹고 배를 두드리며 나왔다.
배가 너무 불러,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서역 부근을 한바퀴 슬슬 산책하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짐 정리하고 여행기 적고, 내일 일정 얘기하고 피곤하고 배가 불러 일찍 자기로 했다.
밤 9시 반, 자려고 한다.
밤 10시, 잤다.
쿨쿨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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