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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 스코틀랜드의 혼이 살아있는 활기찬 도시

 

다음날(4월 8일 금요일) 아침 5시 50분에 알람 시계소리에 눈을 떴다. 시차 적응이 안돼 간밤에 새벽 2시 40분경, 새벽 4시 10분경… 등 두어 번 잠이 깼지만, 오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마음 먹고 잠을 잤다. 아침 6시 20분 첫 숙소인 트래블러지 호텔(Travelodge Islington Hotel)을 나와 킹스크로스(King’s Cross)역으로 가는 길에 문을 연 음식점에 들어가 베이컨과 소시지를 넣은 샌드위치와 카푸치노 커피로 아침을 때웠다. 원래 호텔에서 아침을 먹어야 했지만, 에딘버러행 기차 출발시각이 이른 아침시각이라 도저히 시간을 맞출 수 없었다. 

 

아침 7시 킹스크로스(King’s Cross)역에서 에딘버러행 기차를 탔다. 1등석 기차를 탔더니, 우리나라 우등고속처럼 3열로 된 좌석이 아주 쾌적했고, 무엇보다 생수, 커피, 홍차, 비스켓, 일간지 등을 무한정 무료로 제공해 주는 게 마음에 들었다. 물론, 할인티켓(파트너인 석OO 과장이 인터넷을 이용해, 1주일 전 예약조건, 환불불가 조건, 자동발매기 발권조건으로 거의 반값에 구입한 기차표)을 구입했음에도 런던 <-> 에딘버러 왕복 기차 값이 59 파운드(약 11만 5천원)로 엄청 비쌌다. 할인티켓을 사도 우리나라 고속열차 KTX의 약 두 곱절이고, 정가로 사면 약 네 곱절이 되는 셈이다.

 

기차 안에서 바라본 런던과 에딘버러 사이의 풍경은 산이 거의 없고, 낮은 언덕으로만 이루어진 데다가, 뭉게구름아래 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에 양떼가 풀을 뜯고 있는 풍경은 정말 평화로워 보였다. 기차에서 공짜로 나눠준 신문 더 타임즈 (The Times)를 훑어 보다가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다. 뭐 남녀 파트너를 구하는 광고들이 전면에 빽빽하게 나와 있는데, 남자가 남자 파트너를 구한다는 광고와 여자가 여자 파트너를 구한다는 광고가 버젓이 실려 있는 게 아닌가. 성 소수자에 대해 비교적 너그러운 문화의 차이가 느껴졌다.

 

에딘버러는 런던에서 출발하여 북쪽으로 약 600 km 떨어져 있는데, 중간에 뉴캐슬을 지나 한참을 달리다 보니 오른쪽으로 영국의 북해(North Sea)가 출렁거린다. 4시간 반 이상을 달려 드디어 11시 35분 에딘버러 웨벌리역에 도착하니, 차가운 북해의 바람이 살갗에 와 닿는다. 시내를 둘러보니 마치 내가 300년 전 스코틀랜드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곳곳에 옛 건물들이 즐비하다.

 

어렵지 않게, 우리의 숙소인 라마다로얄 호텔(Ramada Royal Hotel)을 찾았지만 아직 체크인 시각(오후 2시)이 되지 않아 짐만 맡기고 시내로 나와 바로 에딘버러성을 찾아 올라갔다. 비싼 입장료 (9.8 파운드 = 약 1만 9천원)를 내며 툴툴거리며 들어갔지만, 성 안 곳곳에 돌아다니며 비싼 입장료를 조금은 수긍할 수 있었다. 성안 곳곳 옛 건물 속에 만들어 놓은 오밀조밀한 박물관들은 각각 독특한 맛을 느끼게 해 주었고, 아주 작은 부분까지 관광객을 배려한 세심한 배치는 관광상품가치를 극대화시키고 있었다. 무엇보다 에딘버러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탁 트인 경치는 저 멀리 북해 바다와 어울러 가슴을 청량(淸凉)하게 씻어내려 주는 것 같았다.

 

천천히 둘러보면 하루도 모자랄 에딘버러성을 아쉽게 걸어 나와 그 앞으로 곧게 뻗은 유명한 거리인 로얄마일(Royal Mile)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서 타탄 양모공장도 구경하고, 좀 더 내려와 어느 음식점(The Mitre)에 들어가, 영국의 유명한 대중음식인 피시 앤 칩스(Fish & Chips : 물고기와 감자를 튀겨서 만든)를 사 먹었다. 느끼한 기름기를 누그러뜨리려 가져간 고추장을 발라서 먹어보았지만 신통치 않아 결국 콜라를 시켜 먹었다. 오후 3시쯤 먹었으니 좀 많이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퉁퉁 붓고 욱신거리는 다리를 쉬고 다시 일어나 로열마일 거리를 걸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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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 스코틀랜드 전통음식 하기스와 스카치 위스키

 

로열마일 끝자락에 있는 홀리루드궁전(The Palace of Holy Rood House)을 구경하려고 봤더니, 입장료가 5 파운드(약 1만원)라기에 관람을 포기하고 입구에서 사진만 찍고, 문지기 아저씨한테 물어, 다음 목적지인 칼튼힐(Calton Hill)을 찾아가는데 제법 높은 산등성이 언덕이라 한참을 힘들게 걸어 올라갔다. 칼튼힐에 올라보니 푸른 잔디와 화려한 색깔의 꽃 그리고 수평선 아래로 펼쳐진 그림 같은 에딘버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번 크게 북해의 바닷바람을 크게 들이켜고 시내로 돌아와 이름 모를 쇼핑몰 의자에 앉아 잠시 쉬다가 숙소인 라마다로얄 호텔로 돌아와 짐을 찾고 5시 조금 넘은 시각에 체크인을 했다. 방 번호 #578호실. 방에 들어와 짐 풀고 잠시 쉬다가 저녁을 사 먹으러 나갔다. 호텔 안내직원에게 스코틀랜드의 전통음식이라는 하기스(Haggis)를 먹을 수 있는 집을 추천 받아 어렵게 찾아갔는데…

 

저녁 7시쯤, 스탁폴리(Stac Polly)라는 스코틀랜드 전통음식점을 찾아갔는데, 처음에는 아직 준비가 안돼 조금 있다가 오라고 하더니, 어찌어찌 자리를 만들어 들어오란다. 자리를 잡고 하기스(Haggis)와 종업원이 추천해준 스카치위스키(Scottish Whisky – Ardbeg & Macallan) 그리고 콜라를 시켰는데, 하기스는 메인 요리가 아니고 전채요리(Appetizer)란다. 다시 메뉴판을 봤더니 메인 요리는 몹시 비쌌다. 잠시 당혹스런 분위기가 흐르고 그냥 나가려는데 주인이 하기스만 먹어도 된단다. 하기스는 양고기 등을 야채와 다진 것을 넣어 만두처럼 만든 것이라는데, 접시바닥에 와인소스를 깔아 나왔다. 맛과 향이 독특하고 좋았다. 하기스와 함께 반주로 마신 스카치위스키는 40~45도짜리 술로 식도를 타고 화끈함이 전해질 정도로 독했지만 뒤끝이 아주 깨끗했다.

 

얼렁뚱땅 하기스만 먹고 호텔로 돌아와 컵라면을 끓여 부족한 저녁식사량을 보충했다. 그러고 보니 전채요리로 하기스를 먹고 메인 요리로 컵라면을 먹은 꼴이 됐다. 멋진 저녁식사를 마치고,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KOC GC-OO Project Commissioning Work을 하러 쿠웨이트에 갔을 때 같이 일을 했던 Heater Vendor가 영국에 사는 할아버지였는데, 여행출발 전 한국에서 이메일로 연락이 되어 영국에 가면 내가 연락을 하기로 했었다. 호텔 안에 있는 공중전화로 전화를 하니 아주 반갑게 받아준다. 이역만리에서 이렇게 아는 사람과 통화를 하니 색다른 감흥이 몰려온다. 방에 돌아와 짐 정리하고, 샤워하고 양말을 빨아 널고 잤다.

 

에딘버러는 스코틀랜드의 옛 문화의 고풍스런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도시였다. 도시에 들어서면 마치 18세기에 들어온 것처럼 착각할 정도이다. 그런데도 뜻밖에 활기찬 느낌을 받았던 것은, 그 고풍스런 건물들을 시민들로부터 격리시켜, 그저 관광객에게 보여주는 관광용 건물로 전락시키지 않고, 건물들을 적절하게 고치고 다듬어, 그 건물에 사람들이 살면서 삶의 때를 입혀가는, 현재진행형의 도시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현재 화폐 일부는 스코틀랜드 독자화폐를 쓰고, 비교적 독자적인 권한을 갖고 있다는 스코틀랜드 의회가 있고, 월드컵 축구대회에 나갈 때도 잉글랜드가 아닌 스코틀랜드로 출전하는 곳. 아름다운 도시 에딘버러는 영국이 아닌 분명 스코틀랜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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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 정말 신나게 일하시는 호텔 뷔페 써빙 할머니

 

다음날 (4월 9일 토요일) 아침 알람 시계소리에 눈을 떴다. 오늘도 여전히 시차 적응이 안돼 새벽 3시 40분, 4시 40분쯤에 눈이 떠졌다. 석OO 과장은 아침 7시 런던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 6시 반쯤 서둘러 씻고 짐 챙겨서 나갔다. 오늘도 호텔에서 주는 아침도 못 먹고 떠났다. 저녁때 프랑스로 같이 들어가기 위해 런던 워털루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둘 다 워털루역에 가보지 않았지만 인터넷을 이용해 역 내부의 상세도면을 찾아, 역 안에 있는 버거킹 앞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정말 이렇게 무슨 첩보영화처럼 그렇게 접선할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인터넷의 위력이다.

 

나도 바로 일어나 씻고, 짐 정리하고, 아침을 먹기 위해 좀 느긋하게 호텔 뷔페가 있는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갔다. 레스토랑은 깔끔하고 편안한 분위기였으며 창 밖으로 에딘버러성을 바라보며, 영국 특유의 베이컨, 소시지, 에그스크램블에 모닝커피를 곁들여 근사한 아침식사를 했다. 좋다. 특히 그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써빙하는 일흔이 다 되어 보이는 할머니가, 유니폼을 단정하게 차려 입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열정적이고 정말 신나게 일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 깊었다. 내가 어찌 이 감동스런 장면을 사진에 담지 않을 수 있으리오. 젊은 내가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니, 할머니가 소녀처럼 좋아한다. 에딘버러의 아침을 그렇게 즐겁고 느긋하게 먹었다.

 

아침식사를 하면서 보온병에 담겨 있는 커피를 몇 번이고 따라 마셔 충분히 수분을 보충한 후, 든든한 마음으로 에딘버러 시내로 나갔다. 어제 구경했던 에딘버러성에 다시 올라갔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업무시간 외에 성문을 지킨다는 군인 아저씨들한테 말도 걸어보고, 좀 어슬렁거리다가 에딘버러성 뒤편 길로 내려가서 음식점들이 많은 글라스마켓 거리(Grass Market Street)를 걸으며 음식점도 구경하고,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줄 맨 끝에 가서 뭐 하는 줄이냐고 물어도 보고 (Dance Theater 란다), 어제 걸었던 로얄마일 다음 블록 거리를 걸어 내려갔다가 다시 마일로얄을 따라 걸어 올라와 에딘버러성을 구경하고 쫓기듯 호텔로 돌아왔다. 화장실이 몹시 급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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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딘버러 -> 런던을 거쳐 도버해협을 건너 프랑스 빠리로

 

에딘버러의 4월 날씨는 우리나라 11월말 12월초 날씨처럼 음산하고 스산했다. 북해의 찬 바람을 쐬며 두어 시간 구경을 했더니 좀 피곤하다. 하룻밤 묵었던 호텔을 체크아웃하고 런던으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 에딘버러 웨벌리역으로 가는데, 도중 스코틀랜드 전통복장을 하고 백파이프 연주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길래 사진에 담았다. 역으로 들어가 패스트푸드(Piri Piri Chicken)을 사 먹고, 에딘버러역 #21번 플랫폼에서 런던행 기차를 탔다. 민영화된 철도회사 GNER (Great North Eastern Railway).

 

내 옆쪽으로 통로 건너편에 노인부부가 앉았는데, 말을 걸어보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왔단다. 잠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뉴캐슬역에서 네댓 살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을 데리고 올라온 젊은 영국 아줌마가 내 앞자리에 앉길래 “헬로” 했더니 수줍어하며 대답을 못한다. 나도 수줍음을 무릅쓰고 먼저 말을 건 것인데… 기차가 천천히 움직이는데 창 밖에서는 그 아줌마의 친정 어머니인듯한 할머니가 아이들에게 아쉬운 듯 손을 흔들어준다. 우리네 가족의 정이 이곳에서도 다르지 않는 것 같다. 그 꼬마들은 런던에 도착할 때까지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중얼거리고 움직이고 장난을 친다. 그 어머니는 그것을 말리느라 바쁘고…

 

에딘버러에서 런던으로 돌아오는 기차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여전히 한적하고 평온하다. 16:49 정시에 킹스크로스(King’s Cross)역에 도착하여, 약속장소인 워털루 역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 표를 사려는데 자동판매기가 고장이 나 있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려 창구에서 표를 구입해 17:30 경 워털루 역에 도착했다. 잠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다가 버거킹 앞에서 석OO과장을 만나, 영국 돈 파운드를 탈탈 털어 맥도날드 빅맥을 사서 유로스타 터미널 구석에서 허겁지겁 저녁요기를 했다.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도버해협 밑으로 굴을 뚫어 기차가 다니도록 한 것이 유로스타이다. 워털루 역에서 프랑스 입국하는 절차가 제법 까다롭다. 기차표검사 -> 짐 검사 -> 여권확인을 거쳐 프랑스로 가는 고속열차 유로스타에 올랐다. 그 동안 주변에서 들려오던 영어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그 자리를 프랑스어가 메운다. 유로스타 기차 내부의 좌석배치나 시스템은 우리나라 KTX와 많이 비슷하다. 하긴 프랑스 TGV를 본 따 만든 게 우리나라 KTX이니…

 

영국과 프랑스에는 1시간의 시차가 있다. 약 2시간 40분만에 예정 도착시각인 22:53 보다 10여분 늦게 빠리 북역(Gare du Nord)에 도착했다. 우르르 내리는 사람들을 따라 빠리 북역에 내렸다. 프랑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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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에딘버러 끝. 3부는 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