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일시 : 2005년 4월 7일 (목) – 4월 21일 (목) (14박15일간)

방문국가 : 영국-프랑스-스위스-이태리-오스트리아-체코-독일 (7개국)

 

서울 -> 영국 런던 도착(1박) –>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1박) –> 런던 -> 프랑스 빠리 (2박) –> 스위스 인터라켄 (2박) –> 루체른 (야간열차) –> 이태리 로마 (1박) –> 바티칸 -> 피렌체 (1박) –> 베네치아 (야간열차) –> 오스트리아 빈 –> 체코 프라하 (2박) –> 체스키크룸로프 –> 프라하 (야간열차) –> 독일 프랑크푸르트 출발 (기내)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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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을 벗고 몸집을 키우는 곤충처럼

 

지난 보름간 일상에서 벗어나 유럽 7개 나라를 돌아보고 왔습니다. 마치 20대 젊은 학생들이 배낭을 메고 젊음을 다 소진할 요량으로 시간을 아껴 거칠게 쏘다니는 것처럼, 나도 내게 남아 있는 열정을 모두 탕진하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미친 듯이 쏘다녔습니다. 배낭을 맨 어깨는 짓눌리고, 하루 종일 혹사를 당한 다리는 퉁퉁 붓고, 온몸은 땀에 찌들곤 했지만, 껍질을 벗고 말랑말랑해진 틈을 이용하여 몸집을 부쩍 키우는 곤충처럼, 이번 여행이 내 삶의 부피를 부쩍 키운 것 만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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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문화탐방 동안, 가져간 디지털카메라를 이용해 약 700장 정도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특히, 14박 15일간 끼니때마다 먹었던 음식들을 거의 다 찍어보았더니 그것도 재미있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전통음식이라는 만두 비슷한 하기스(Haggis), 스위스의 전통음식인 미트뽕듀와 치즈뽕듀, 이태리의 피자와 스파게티, 오스트리아에서 먹은 통 돼지갈비구이와 흑맥주, 돼지고기와 양배추, 흰 빵으로 만든 체코의 전통음식, 프랑크푸르트에서 먹었던 독일 소시지와 삶은 돼지고기, 영국이나 프랑스나 스위스나 이태리나 체코나 별 차이가 없었던 호텔의 뷔페음식들, 그리고 비행기 안에서 먹었던 기내식까지 하나하나 그 당시 그 느낌을 사진에 담아왔더니 색다른 느낌입니다.

 

저는 여행정보나 가이드 보다는, 여행했던 나라와 구경했던 도시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과 생각을 중심으로 감상문 형식으로 유럽문화탐방기를 써 보았습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와 도시에 대한 가이드나 자세한 여행정보는 그 동안 많은 분들의 문화탐방보고서와 시중에 넘쳐나는 여행가이드북을 통해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생각 되었고, 수 많은 상황 – 시간적 경우의 수와 공간적 경우의 수를 매트릭스로 조합하면 무한한 경우의 수가 발생하기에 – 중 딱 한 상황을 경험한 내가 내 경험을 일반화 시키는 것이 자신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글 말미에 다음에 유럽문화탐방을 가려는 분들의 무사안전을 위해, 유럽여행에서 위험하거나 조심해야 할 몇 가지만 덧붙여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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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지루한 유럽 가는 길

 

아침 7시 45분에 집에서 배낭을 메고 나와, 아파트단지 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노원역 앞 공항리무진 정류장에 도착하여, 8시쯤 버스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니 10시가 되었다. 아침을 안 먹고 나와 배가 고픈데다가 여행사 오리엔테이션을 위해 모이기로 한 시각이 10시 반이라, 공항에 있는 한식집에서 콩나물 해장국을 먹으면서, 이번 여행을 위해 새로 구입한 디지털카메라(이후 디카)로 음식을 조심스레 찍었다. 유럽 문화탐방을 하며, 내가 먹는 음식은 끼니마다 모두 찍어두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침을 먹고, 10시 반에 약속장소인 B-C 카운터 사이 2번 테이블에 2005년도 2차 유럽건축문화탐방에 참여하는 우리회사 10개조 20명과 그 가족들이 모여, 여행사 직원의 간단한 주의사항과 여행안내를 듣고, 항공권, 유레일패스, 호텔 바우처(Voucher-예약확인서) 등을 받아 들고 각자 갈 길로 향했다. 나도 보름간 동고동락할 파트너인, 같은 회사 플랜트관리팀 석OO 과장과 함께 수속을 밟고 검색대를 통과하여 면세점을 들러 좀 구경하다가 드디어 비행기에 올랐다.

 

13:30 아시아나항공 OZ 521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12시간 반 만인 18:00 에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원래 우리나라와 영국은 9시간의 시차가 있는데, 영국에서 4월부터 10월까지는 섬머타임제를 실시하여 8시간의 시차가 된다. 여행을 건강하게 잘 다니려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 기본중의 기본이므로, 기내식으로 나온 간식과 두 번의 기내식을 맛있게 남김없이 먹어줬다. 영화도 보고, 책도 읽어보고, 잠도 자보고, 눈을 감고 상상도 해 보고, 화장실에도 다녀오고, 다른 자리에 가서 잡담도 나눠보고, 여행기도 써 봐도 지루함은 가시지 않는다. 항로상 맞바람이 심한데다가 설상가상으로 히드로 공항이 너무 분주해 우리 비행기가 영국상공에서 두어 번의 선회비행까지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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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 노회한 제국의 모습과 새로운 변화가 혼재된 도시

 

12시간 반의 긴 비행을 마치고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수속을 밟는데 좀 까다롭게 군다. 입국목적이 뭐냐. 어디서 묵느냐. 몇일간 묵느냐. 영국에서 머문 후 어느 나라로 가냐. 언제 무얼 이용해 출국하느냐 등등. 결국 프랑스로 가는 유로스타 티켓까지 보여줘야 했다. 공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이동해, 그곳에서 일일 승차권(One Day Travel Card)을 구입하여 우리가 묵을 호텔이 있는 킹스크로스(King’s Cross)까지 이동했다. 지하철역에서 나와 지도를 보고, 지나가는 여러 사람에게 물어, 트래블러지 호텔(Travelodge Islington Hotel)을 찾아 들어갔다. 체크인(Check In)하고 방 번호 #537호실에 짐을 풀고 난 후, 다시 지하철을 타고 런던의 번화가 밤거리로 나갔다.

 

런던은 9년 전 내 개인적으로 배낭여행을 여행을 와 본 곳이어서 덜 낯설다. 어느 나라의 대도시처럼 거리엔 젊은이들로 넘쳐나고, 도로엔 차가 넘쳐난다. 물건을 파는 상점들,  식당들, 술집들 그리고 인간의 욕망을 해소시켜 주는 수많은 엔터테인먼트 도구들이 즐비하다. 사람들의 모습과 말소리만 다를 뿐 서울의 명동거리와 다를 게 없다.

 

서울 시각으로는 이미 밤을 새워 새벽녘이지만 이곳은 아직 밤이니 배가 쓰리면서 고팠다. 적당한 음식점을 골라 들어가, 양고기로 만든 케밥과 피자 한 조각에 맥주 한 병을 곁들여 파트너인 석OO 과장과 오늘의 네 번째 식사를 했다. 배가 고팠던 데다가 내일 하루 종일 움직일 생각을 해서 맛있게 배불리 먹어뒀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숙소인 호텔로 돌아와 씻고 정리하고 잠에 든 시각이 자정을 갓 넘긴 00:10 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꼭 에딘버러를 가보고 싶었고, 9년 전 배낭여행 때 런던의 유명한 곳은 대충이라도 구경하여 아쉽지만 이번에는 잠시 런던시내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런던은 영국의 수도로서, 한 때 해가 지지 않은 나라였다는 대영제국의 영광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고풍스런 건물과 유명한 관광지, 그리고 영국의 자부심인 대영박물관 등 분명 볼거리가 많은 도시이다. 게다가 2012년에는 올림픽을 유치하여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어 경쟁도시인 빠리와 치열한 경쟁이 볼만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도시 한가운데 런던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하이드파크는 정말 부러웠고, 우리나라도 미군 용산기지가 옮겨가고 난 후, 런던과 같이 서울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용산공원을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한편, 선진국인 영국의 뒤안길에도 그늘은 있어 보였다. 거리와 지하철 곳곳에 거지들이 앉아 구걸을 하고 있었고, 물가는 우리나라보다 2배쯤 비싸게 느껴졌다. 런던 사람들의 얼굴은 그리 밝고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모습은 역동적이지 않아 보였다. 전제적으로 사회 전체가 침체되어 있는 가운데, 옛 영광을 그리워하는 노회한 제국의 모습과 새로운 영국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몸부림이 함께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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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런던 끝. 2부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