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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대환 선생을 처음 알게 된 건 한국노동당을 띄웠던 1992년이었다. 알고 보니 그 직전에 있던 한국사회주의노동당을 준비하던 그룹의 대장이었다. 주대환 선생은 다른 좌파들과 다르게 허풍을 떨지 않는다. 선생의 예상은 대부분 현실로 드러났다. 그런 면에서 선생은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선생은 정치 담론에 있어서는 약한 것 같다. 다시 말해 멋진 말로 자신의 담론을 포장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사회민주주의, 복지 모두 현실에 비춰 보면 꿈같은 얘기다. 그러면 대중들에게 꿈을 심어 줘야 하는데, 그걸 잘 못하는 것 같다.
노무현은 그걸 잘했다. 유튜브에서 그의 대선 후보 선언 연설을 보면 사람의 가슴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우리는 복지를 그저 경제적인 것으로 설명해서는 안된다. 복지는 민주주의의 문제요, 정의의 문제이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은 영국의 토니 벤이다. 그는 85세의 노인이다. 그러나 아직도 그는 대중 강연을 하고, 영국 반전연합의 의장이다. 그는 반 세기를 노동당 국회의원을 했고, 과학기술부 장관도 했고, 영국 노동당의 좌파의 대장도 했었다. 대처 정권의 노동자 공격에 맞서는 대표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그는 주대환 선생과 비슷한 노선을 가지고 있다. 그가 제일 중요시 여기는 건 민주주의이다. 기독교에서 보면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서 평등하다. 누가 귀하고 누가 천한 것이 없다. 평등사상의 기원이 거기에 있다. 내가 남에게 대접받기 원하는 식으로 남을 대접하면 된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다. 그는 또 사회주의자이다. 예수님은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씀하셨다.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 사회주의다.
그는 민주주의를 이렇게도 비유한다. 구명보트에 사람들이 타 있고, 거기에 빵 한 덩어리가 있다. 이 빵을 나누는 방법은 세가지가 있다.
1. 제일 값을 많이 내는 사람에게 판다.
2. 서로 싸워서 이긴 자가 가져간다.
3. 공평하게 나눈다.
1번은 자본주의고, 2번은 약육강식의 세계고, 3번은 사회주의다.
돈 있는 자는 1번을 원하고, 힘 있는 자는 2번을 원하고, 돈도 힘도 없는 자들은 3번을 원한다. 우리에게는 보통선거권이 있다. 다수의 힘 없는 자들이 3번을 선택하면 된다. 문제는 실천이다. 어느 누구도 나 대신 내 권리를 찾아주지 않는다. 그걸 찾는 것은 내 몫이다.
그의 철학은 마르크스와 다르다.
마르크스,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자들은 한번의 결정적인 승리, 혁명을 꿈꾼다. 노래도 있지만, "아흔 아홉 번 패배할 지라도, 단 한번 승리, 단 한번 승리, 바리케이트 넘어 또 넘어 마침내 노동해방"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기에 현재에는 소수지만, 결국은 역사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믿고, 자신을 미래의 정치주역으로 생각한다.
이런 낙관적 전망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자칫 허풍장이가 될 수도 있다. 그는 민주주의를 모든 개인, 세대가 싸워서 쟁취해야 할 끝없는 전투로 본다. 결정적인 승리도 패배도 없다. 계속 반복되는 역사인 것이다. 그러나 긴 시간을 두고 보면 민주주의는 전진해왔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원한다. 왜냐면 돈과 힘으로 남을 억누르는 걸 거부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힘 없는 자들의 무기이다. 힘 없는 자들이 뭉친다면 민주주의는 절반은 승리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골방의 혁명가가 되느니, 힘 없는 이웃을 사랑하며 그들을 깨우쳐 굼벵이처럼 민주주의의 길을 걸어가는 편이 낫다. 그렇게 걷다 보면 순풍을 타고 저만큼 앞서 갈 수도 있고, 맞바람이 불면 미리 바위 뒤에 숨어 자리를 보존해야 할 것이다.
나는 주대환 선생의 구상이 성공하기를 빈다. 그러기 위해서 주대환 선생이 한 손에 복지사회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민주주의를 들고 나가길 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발전을 얘기했다. 주대환 선생은 민주주의와 복지제도의 병행발전을 얘기할 수 있는 분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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