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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4 21:37:27 (*.218.167.187)
2074

진보신당 중앙당 쟁점과토론 게시판에 올라온 글입니다.



'심상정'이라는 테제
                                                                                                                                                              도보고행승

  심상정은 정당 정치인이다. 그는 '진보신당'이라는 진보 정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이번 지방 선거에서 당의 정책에 반발하고 중요 지역의 후보를 사퇴했다. 며칠 전 진보신당의 대의원회의는 그녀에 대한 징계안을 부결했다. 이는 그녀가 후보사퇴라는 행동으로 제기한 문제제기가 당 내부에서 수용될 길이 열렸음을 뜻한다.

 

  심상정이 제기한 문제는 무엇인가. 간단히 말하자면 '전선의 재구축'이다. 그리고 재구축된 전선에서 어떤 전략을 세울 것인가다. <오마이뉴스>에 실린 그의 글과 <프레시안>에 실린 인터뷰를 꼼꼼히 읽어보면, 그녀가 제시한 전선과 전략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전선은 '자유주의 세력'과의 전선이며, 새로운 전략은 '대중성의 확보'다. 이 전선과 전략을 통해 그녀가 바라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진보신당'을 '대안정당'으로 다시 세우는 일이다.

 

  이번 지방 선거의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반MB 전선'이 한국 사회의 절차적 민주주의의 마지노선이라는 점이다. 한나라당과 MB로 대표되는 보수 세력의 전횡을 과거 군부 독재 시절처럼은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이 87년 이전의 체제로는 회귀될 수 없음을 뜻하며, '민주-반민주'의 대결 구도가 아닌 '보수-진보'의 대결 구도라는 것을 뜻한다. 심상정은 이 '반MB 전선'이 열어 놓은 공간을 "민주와 진보의 경쟁과 연대의 공간"이라고 부른다. 알다시피 이번 지방 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일종의 반사이익이다. 민주당이 좋아서 표를 준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이 싫어서 표를 준 것이다. '반MB 전선' 위에서 어느 세력도 대안 세력으로 떠오르지 못했다. 민주 세력(혹은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 세력은 이제 '반MB'를 배수에 두고 서로가 대안 세력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또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 심상정의 주장이다. 그러니까 '반MB'를 위해서는 서로가 연대를, MB 이후의 대안 세력이 되기 위해서는 서로 경쟁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상정은 이번 선거에서 진보신당의 참패를 "진보신당의 부정적 정체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과정"이라 평했다. 나는 이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진보신당이 야권대연합에서 타의적으로 소외되고 자발적으로 거부했던 이유는 당의 정체성이 "안티 노무현, 안티 민주노동당"에 있기 때문이다. 이 부정성은 곧 진보신당이 지닌 이념적 선명성이기도 하다. "안티 노무현"은 과거 10년 동안의 자유주의 정권이 지닌 자본의 가속화에 반대하는 속성이며, "안티 민주노동당"은 진보 세력 내부에 존재하는 민족주의적 맹목에 반대하는 속성이다. 심상정은 이제 진보신당이 이 부정적 정체성을 넘어서야 하는 시기에 왔다고 말하는 것이다. "정치는 그 주체가 힘을 획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며,  "결국은 진보정치의 발전이라는 게 노선과 힘을 갖춰 나가는 게 아니겠"냐고 그는 묻는다. 다시 확인하지만 심상정은 이론가나 운동가가 아닌, 정당 정치인이다. 과거 10년의 자유주의 정권 시절 진보 세력은 비판 세력으로서 기능하는 데, 즉 한국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왼쪽으로 이끌어가는 데에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자유주의 정권이 실패하고 다시 보수 세력의 정권이 들어서고 그 역사적 폐해가 적나라해지는 지금, 진보세력은 "노선과 힘을 갖춘" 현실 정치의 대안 세력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 진보신당이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것이 바로, '대중성'이다.

 

  물론 진보 정당이 대중성에 대한 강박에 시달리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대중성에 대한 과도한 결벽에 물드는 것은 더 옳지 못하다. 진보신당이 적절한 대중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진보신당의 틀 안으로, 내부정치로 계속 함몰"될 수밖에 없다. 대중성 확보의 당위성에 대해서 심상정은 이렇게 말한다. "결국 노선과 힘을 갖춘 정당의 문제"는 "민노당이나 친노진영을 피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공간이 아니라, 정면으로 돌파함으로써 획득돼 나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안티주의'를 넘어선다는 것은 평등, 평화, 연대, 생태 등의 추상적 가치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국민들은 정치적 실천경험의 수준에서 이해한다. 따로 피해서 터를 이룬다고 해서 대안세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나." "광장에서 경쟁과 협력을 통해서 융합되는 만큼 하나가 되고, 그럼으로써 진보정당이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담벼락을 높이 쌓음으로써 힘을 얻을 수 있나. 더 고립될 뿐이다."

 

  그렇다면 진보신당은 민노당의 길을 따라야 할 것인가? 이번 선거에서 자발적으로 후보들을 사퇴시킴으로써 민주당을 전폭적으로 돕고, 정당 정치에서 일정 부분의 지분을 확보한 채 원내 군소정당으로 변해가는 노선을 답습해야 하나? 심상정이 주장하는 것은 그게 아니다. 그는 오히려 '민주당과의 경쟁'을 진보신당이 당면한 현재의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 "'반(反)MB' 투쟁공간은 민주당과 진보세력이 치열한 경쟁과 협력을 해야 할 공간이다. 연합정치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연합정치 내에서 무능하면서 패권적인 민주당과 어떻게 경쟁할 것인가가 전략의 중심이 됐어야 한다. 진보의 가치를 갖고 퇴행적인 민주당의 패권에 맞섰어야 했다는 것이고, 그것이 우리의 전략이 되었어야 했다는 얘기다." "진보신당의 경우 민주주의에 대한 문제의식, 민노당은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 친노(親盧)는 신자유주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성찰들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을 합의서로, 문서로 만드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경험했던 정치과정을 통해 새로운 비전으로 융합하는 정치가 필요하다."

 

  결국 심상정은 진보신당이 당의 정체성과 비전을 국민들에게 어떻게 어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국민은 정당을 "정치적 실천경험 수준에서 이해한다".  거창한 어젠다나 이념 논쟁을 통해서는 진보신당이 지금 필요한 대중성의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녀의 전제이고, 그래서 이념적 선명성을 위해 안티 세력으로 남기보다는 광장으로 나가 민주당, 친노, 민주노동당과 연대와 경쟁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낡은 리더십을 제외한 성찰적 진보의 흐름들을 적극적으로 융합하는 정치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거기에는 단지 국민참여당이 아니라 넒은 의미의 친노도 포함될 수 있지 않겠나." 이러한 주장은 지금의 자유주의 세력을 진보 세력으로 견인할 전략이 진보신당에 절실히 요구됨을 뜻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스스로를 '진보적 시민'으로 규정하는 시민들이 많다. 그런데 이 분들이 선택할 정당은 별로 없다. 진보정당은 대부분 안티로 구성돼 있다. 그것은 국민참여당도 마찬가지다. 다수의 시민들이 흔쾌히 선택할 수 있는 정당 만들어야 한다." MB와 한나라당(즉 보수 세력)에 신물내며 반대하는 많은 국민들을 진보정당에 표를 주는 세력으로 만들기 위해, 진보신당은 지금까지의 부정적 의제와 이념적 선명성을 일정 부분 버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대중성의 확보를 위해 진보의 정체성을 어디까지 포기할 것인가는 앞으로 지켜보아야 할 문제다. 진보신당은 (사회주의적이라기 보다는 사민주의적 의미에서) 명백히 반 신자유주의적 성향을 지닌 정당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여라 나라와의 FTA 협상 문제, 이라크와 아프간 파병 문제, 미국이 주도하는 패권주의에 대한 반대,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에 관한 문제, 분배와 복지의 문제 등은 양보할 수 없는, 진보신당이라면 반드시 지켜야할 의제들이다. 심상정이 이런 근본적인 의제까지 훼손하면서 대중성 확보를 위해 뒷걸음질 친다면, 그는 민주당이나 국참당과 같은 자유주의 세력과 다를 바 없고, 그렇다면 나는 그에 대한 내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가 제기한 테제는 그런 것이 아니다. 진보신당이 새로운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전선을 재구축하고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보신당 당원으로서 나는 (그의 해당행위에도 불구하고) 심상정이 제시한 테제를 지지하며, 그의 문제제기가 진보신당 내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삭제 수정 답글
2010.06.26 22:07:24 (*.182.247.88)
현실인식
좋은 글이네요.
이런 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민주주의복지사회연대'에서 주도적으로 인터넷 사이트를 하나 만들어 보시는게...
예전의 진보누리나 서프라이즈(아직도 있는지 모르겠지만)가 사라진 이후로 이런 문제에 대해 논쟁할 사이트가
부족해 보입니다만...사민주의자던, 친노던, 문국현 지지자던 이 모두가 함께 논쟁할 수 있는 사이트가 만들어지면
좀 더 활발한 논쟁과 활동들이 기대될것 같습니다. 
답글
2010.06.30 16:02:15 (*.49.144.15)
이성과감성
참으로 좋은 글입니다. 김준성 대포나 사민포럼이 당발특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주시길 바랍니다.~~~
삭제 수정 답글
2010.07.13 14:47:07 (*.170.148.243)
경계인
왼쪽눈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저는 다만 후보 사퇴과정에서 당원들에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당장 반발을 가져온 게 아쉽습니다. 나름대로 경로를 밟다보니 외통수에 몰려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닌가 이해를 해보려고 합니다.
마지막 구절에 언급한 비정규직 문제나 FTA건 등은 우리가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에게 잘 설명을 해야 할 것입니다. 유럽사회민주주의가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이유는 재정적자로 인한 것이고, 좌든 우든 정부는 재정투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문제해결을 하려합니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가장 교섭력이 약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이 깎이고, 기업들은 이런 정부의 어려운 처지를 이용해 법인세 인하나 보조금 확보를 위한 로비에 집중합니다. 결국 판의 문제인데, 유럽은 EU와 유로 도입으로 단일시장이 되고 있고, 유럽금융자본의 힘이 커지면서 개별 국가의 지역 경제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유럽금융자본은 생산기지의 중국 이전과 소수 대기업 중심으로 유럽시장을 재편하는데 돈을 대고 있고, 이런 정책때문의 노동자들에게 계속 유연성을 강제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유럽의 노동운동은 힘을 못쓰고 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도 노동운동의 위기를 정규직 대 비정규직의 갈등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재벌의 다국적 기업화가 진행되면서 제조업 생산기지의 이전과 금융시장 성장에 따라 자본의 이해에 따라 기업 매수합병이 점점 증가하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이런 흐름을 어떻게 돌릴 것인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맨날 반대만 하는 당으로 되고 맙니다. 현재의 금융위기는 금융개혁을 통해서 극복해야 하고, 금융자본의 무분별한 이윤추구를 제한하고 규제하며 일자리 지키기와 직업관련 교육의 확대를 통한 노동력 숙련화,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인건비 비싸서 해외로 나가야 한다는 말이 안통하게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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