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게시판
진보신당은 요즘 한창 논쟁중이다.
부산시당도 마찬가지고, 중앙당도 마찬가지며, 지식인 사회도 그렇다.
부산 시당 게시판에 등장하는 글들을 보면서, 그리고 앞으로 있을 난맥상을 보면서,
지금 현재의 혼란에 대한 몇자 적어 본다.
1. 강령은 있되 노선은 없다.
한 때 강령 토론회로 당이 재미 있던 시절이 있었다.
김상봉 교수가 초안한 총론은 자유의지적 해방주의(최대강령)의 철학적 원리가 잘 집약되어 있었고,
장석준이 초안을 내 놓은 최소강령은 우리들로 하여금 희망을 갖게 했다. 그런데 그것 뿐이었다.
당원들 사이에 당 강령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모임이 없었고,
더군다나 최대강령과 최소강령을 매개하는 전략적 이행강령과
이를 학습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없었다.
고작 학습이라고 하면, 유명인들을 불러 강연들으면서 뒷풀이 하는게 다였다.
학습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 읽고, 토론하고, 쟁점을 인식하는 것 아닌가?
그러다 보니 당원들은 당에 대해 각자 가지고 싶은 대로 자기 상을 갖게 되었으며,
통일된 상과 전략을 스스로 체화할 수 없었다.
여기서 당 지도부를 다시 한번 힐책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에 대한 전략적 지침을 수립하고, 정세에 대한 올바른 판단을 공유하고, 당원과 소통해야 했다.
그러나 현재의 당의 역량은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틀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우리는 당의 상황을 레디앙을 통해 알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그 난맥상을 잘 파악할 수 있다.
당이라면 당연히 현 정세에 대한 판단, 전략적 지침, 행동통일에 대한 요구를 토론을 통해 조직해 내야 한다.
아시다 시피 그렇지 못했다.
2. 당원 중심의 당이라는 환상
우리는 민주주의를 "다수의 의지/다수의 지배"라고 알고 있다.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것, 다수의 당원이 원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핵심이고,
이런 다수의 의지를 받드는 것이 윤리적 선인 것처럼 알고 있다.
진보신당의 많은 당원들이, 민주주의를 이렇게 이해한다.
그러다 보니 최악의 난맥상이 나타난다. 그것이 바로 "평당원 중심의 당운영"이라는 논리다.
다수의 당원들이 원하는 대로 당의 경로가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보의 전략적 지침에 대해서도 평당원의 이름으로 저항하고,
당의 노선에 대해서도 평당원의 이름으로 발의한다.
그러나 당의 이념과 강령에 대한 숙지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평당원주의'는
당의 '관료주의'만큼이나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수의 이름으로든지 평당원의 이름으로든지 당의 이념과 전략적 목표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주장이 마구 난무하는 상태(중앙 당게 딱 이 꼬라지다)는 당의 혼란만 야기할 뿐 아무런 실천적 동력이 안된다.
이러다 보니, 더 우스꽝스러운 것은, 툭하면 탈당하느니,
툭하면 민주주의의 파괴니 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자신의 의사와 다르면 탈당한거나 자기 의사와 다르게 사업이 진행되면 관료주의라는 말을 뒤섞는다.
더 나아가 활동가들이나 지도자들 중에서도,
평당원주의나 다수 당원의 의지로 자기 견해를 포장하는 이들이 있다.
예컨대 "촛불때 다수의 당원들이 입당했다. 이들은 민주노동당도 싫고,
노빠도 싫어서 들어왔지만, 대충 진보신당이 복지를 지지하는 당이라서 입당했다.
우리는 그들의 목소리에도 주의를 기우려야 한다."는 주장을 요즘 자주 접한다.
당원의 목소리에 기를 귀우려야 한다는 주장을 비판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당의 이념과 목표를 "새로 들어온 당원의 요구"에 맞춰 수정해야 한다는 소리는
내가 알고 있는 정당의 역사에서는 거의 처음 접하는 황당한 주장이다.
"당이 이념과 목표를 갖고 당원가입을 조직했는데,
들어온 당원들의 요구에 따라 당의 전략과 노선을 맞춘다." 세상에 이런 코믹스런 정당도 있나?
당의 이념과 목표, 전략적 방침 그 자체는 당원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당이 존재할 때 그 이유를 명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유입되는 당원들은 이 목표에 맞게 교육하고 학습하며,
이 과정을 통해 구당원과 신입 당원의 이질성을 극복해 가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중심 없는 다수주의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이해해야 한다.
3. 선거에서의 난맥상
선거에서의 난맥상은 진보신당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시다시피 당은 선거와 관련된 전략적 지침을 확고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그 결과 어떤 상황이 벌여졌는지는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겠다.
선거 전에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전략적, 전술적 지침과 관련된 토론회가 전혀 없었다.
부산 시당의 경우, 내부적인 토론회만 있었지, 당원 토론회는 없었다.
선거가 끝난 후는 더더욱 가관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노선투쟁이 진행되고 있다.
진보대연합으로 갈 것인가, 독자 노선으로 갈 것인가?
2012년 야권과 선거 연대를 할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를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정치적 견해는 각자 개인들, 지식인들의 입장에서 제출되고 있을 따름이지,
책임있는 정파나 당 지도부 단위에서 어떤 지침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의견들을 들어야 하지만, 전당적으로 토론할 지침이 나와야 한다.
당 지도부가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갖고, 당원들의 토론을 조직해야 한다.
부산시당의 노선에 반대했던 당원들도 내부의 모임을 가져 공통된 안을 갖고 선거평가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공동의 대안을 조직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시당 상근자 자리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책임있는 토론과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건설적인 대안도 나온다.
단지 시당의 선택을 비판하기만 하면 서로 감정만 상하고, 지도부는 사퇴하고, 일할 사람은 없는 최악이 된다.
4. 정파의 복원이 시급하다.
정파란 당 강령의 통일 속에 구체적인 전략적/전술적 지침의 상이함에
따라 당내에서 조직된 의견그룹이다.
당내에는 현재 '전진' '사민주의연대(이름이 맞나)'와 같은 의견그룹이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당은 정파와 관련해서 또한번의 코믹스런 상황을 연출했다.
정파가 운동권들이 당권장악을 위해 만든 '권력지향적인 악의적 존재'이고,
평당원주의는 "선량하고 착한 당원들의 자발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정파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평다원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중적인 지지를 얻었던 것이다.
부산시당 내에서 '전진'그룹이 왕따된 것도 이런 상황과 알게 모르게 연결되어 있다.
(나는 여기서 부산지역 전진활동가들에 대한 판단은 일체 유보한다. 이것은 나에게 주제넘은 짓이다)
그것이 평당원주의 였든, 아니면 부산시당 당권파 주의였던,
아니면 개인들의 단순한 자발성이었든, 아니면 인맥주의였든, 당 내부의 활동은 개인들간의 상호작용이었지,
정파조직들 간의 활동은 확실히 아니었다.
이렇게 되다보니 당원들 간의 사적인 내부소통은 많았지만,
당의 실천과 관련된 전략적 토론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 되었다.
전략 노선을 제안하는 집단도 없고, 시당도 그와 같은 역할을 하지 않았으며, 중앙당도 마찬가지였다.
당은 이제 각 의견그룹 중심으로 재조직 되어야 한다.
의견그룹들은 중장기적인 단기적인 전략적, 전술적 지침을 당원들에게 제시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토론의 기초가 형성된다.
토론은 마구잡이로 되어서는 안된다. 기본적인 전략적 모델에 기초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의견이 조직된다. 또한 그래야 평당원들이 그냥 평당원이 아니라 자신들이 지지하는 입장으로 정리될 수 있다.
진보대연합으로 가든, 야권연대로 가든, 아니면 독자노선과 야권연대로부터 자유로운 좌파로 가든,
기본적인 방향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 부분은 결국 정파가 할 수밖에 없다.
더이상 정파에 반대하며 당권파를 내세우는 유치한 짓거리는 집어치워야 한다.
사회주의자는 사회주의자로 조직되고, 사민주의는 사민주의로 조직되고,
사회자유주의자(야권연대파)는 사회자유주의로 조직되어 당 내에서 경쟁해야 한다.
아무런 입장도 없는 것은 무엇이든 가능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이러다가 당이 진짜 무엇이든 선택할 수 있는 곳으로 가면 당의 진보성은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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