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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 조용한 음악의 도시, 정원의 도시, 꽃의 도시
4월 17일 (일) 아침 6시 10분, 야간침대열차, 쿠셋에서 눈을 떴다. 일어나 배낭에서 수건과 비누를 꺼내 화장실에 가서 간단히 고양이 세수를 하고 침대칸으로 돌아와 창밖으로 보이는 오스트리아 풍경을 구경했다. 야간침대열차를 타면 숙박비를 아끼지만, 자고 일어나서도 피로가 덜 풀리고, 덜컹거리고 흔들거리는 기운에 약한 차멀미도 하게 된다.
아침 8시 43분, 오스트리아 빈 남역(Sudbahnhof)에 도착했다. 만나기로 약속했던 대학교 동아리 후배가 마중 나와 있었다. 대학 졸업하고 처음 만나는 셈이니 벌써 13년이 지났다. 이역만리에서 이렇게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되니 반가웠다. 이곳 빈에 음악공부하러 온 지가 벌써 8년째인데, 아직도 2년은 더 공부해야 한단다.
먼저 체코 프라하로 가는 열차표를 예약하고, 짐을 맡기고 석과장은 미술관을 관람하러 출발했다. 체코에 입국하기 위해, 유레일패스와 비슷한 프라하패스가 필요한데, 이곳 남역에서는 밸리데이트가 안 된단다. 할 수 없이 그 후배와 함께 서역으로 가서 프라하패스 밸리데이트 스탬프를 받고 빈 구경을 나서야 했다.

빈 구경을 하기전에 간단히 빵과 토스트로 아침을 먹었다. 처음 찾아간 곳이 프랑스 베르사이유궁전에 견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쉔부른궁전이었다. 넓은 정원과 고풍스런 건물이 펼쳐져 있는데, 아직 철이 아니라 꽃이 덜하단다. 5월 이후에 오면 정말 꽃들이 온 정원을 덮는다고 한다. 정원을 걸으며 옛날 동아리시절 얘기도 하고, 그동안 돌아본 유럽여행 얘기를 나눴다.
쉘부른궁전을 나와 지하철을 타고 시내로 돌아와 슈테판 성당을 구경했다. 하지만, 많은 건물들이 포장을 쓰고 보수공사중이라 건물의 아름다운 몸통을 볼 수 없었다. 밖은 공사중이지만, 성당 안에서는 미사를 드리고 있다. 들어가서 성당안을 둘러보고 뒷 자리에 앉아 다리를 쉬며 여행기를 썼다.
슈테판 성당을 나오니 한두방울씩 빗방울이 떨어진다. 자연사박물관,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 구왕궁, 오페라하우스 등을 후배의 설명을 들으며 구경했다. 여행 안내자가 있으니 맘이 그렇게 느긋해질 수가 없다. 사실 처음 가는 도시에 떨어지면, 말도 통하지 않고, 지하철을 어떻게 타는지, 버스는 어떻게 타는지, 어디서 뭘 먹어야 하는지, 화장실은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동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구경을 할 수 있는지, 각 관광지의 유래와 의미는 뭔지... 온통 긴장하고 모르는 일 뿐인데, 아는 사람이 모든 것을 설명을 해주고, 인도해 주니 마음이 편하고 느긋할 밖에...

빈 - 여행중 가장 맛있는 점심, 통돼지갈비와 흑맥주

점심때가 되어, 적당히 빈 구경을 마치고 도나우강 옆 슈니첼과 통돼지갈비를 잘하는 집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어느 전철역에서 내려, 5분쯤 도나우강변을 따라 걸어 들어가니 음식점이 나온다. 예약을 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손님들이 굉장히 많다. 후배가 능숙한 독일어로 주문을 하고 좀 있으니 요리가 정말 푸짐하게 나온다.
통돼지갈비가 두판, 즉 돼지 한마리의 양쪽 갈비를 통채로 구워 나무판에 내 왔는데, 위대한 나도 부담을 느낄 정도였다. 같이 시킨 흑맥주를 마시며 옛날 얘기를 나누며 아주 느긋하게 즐겁게 점심식사를 했다. 통돼지구이도 맛있었지만, 같이 나온 흑맥주는 달콤하고 정말 '맛있었다'.
갈비 두판을 다 먹어보려 했지만 아침에 먹은 빵과 토스트가 부담이 돼 결국 난 세짝을 못 먹고 말았고, 후배는 한판을 통째로 남겼다. 후배가 주인한테 남은 갈비 한판을 싸 달라고 했더니, 알미늄 호일을 주며 손님이 직접 포장을 하게 한다. 위생상, 규정상 손님이 직접 포장을 하게 되어 있단다. 한시간 넘게 갈비를 썰고 뜯고 이빨에 땀나게 애기하며 즐겁게 식사를 하고, 체코로 떠나는 기차시각에 맞춰 남역으로 돌아왔다.

오스트리아 빈에 들르면 꼭 한번 들러 먹어보라고 강력 추전한다. 미리 예약을 하는게 좋다.
이름 : 스트란트 카페 (Strand Cafe)
주소 : An Der Unteren Alten Donau 17
전화번호 : +43-1-203-6747
가까운 지하철역 : U1 (U-Bahn) Alte Donau
가격 : 통돼지갈비 (14 유로 정도) + 맥주 (2 유로 정도)
빈 남역에 도착해, 석과장과 만나 짐 찾고, 유로를 체코 코루나로 환전했다. 후배와의 짧고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프라하행 열차에 올랐다. 오스트리아 빈의 일정은 이번 유럽여행중 가장 편하고 느긋하고 여유있고 푸근한 시간이었다.
오스트리아 빈은 참 조용한 도시다. 사람들도 아주 조용하고 친절하다. 곳곳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가 들리고, 번잡하지 않고 잘 정돈된 느낌의 도시다. 옛날 스위스, 체코, 헝가리를 아우르는 큰 나라라는 자부심이 남아있고, 사회보장제도가 잘 갖춰져 있는 나라. 하지만, 이 나라도 노인 소외의 문제가 아주 심각하다고 한다. 외로움을 못이겨 자살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 살갑고 번잡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끈끈하게 남아있는 정이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게 아닐까.

빈 - 체코 프라하로 들어가는 길, 네번의 검사
오후 5시 34분, 오스트리아 빈을 출발하여 체코 프라하로 가는 열차에 올랐다. 조금 있다가 차장이 들어오더니 유레일패스와 기차표를 검사한다. 조금 있다가 체코 군인인지 경찰인지가 들어와 여권에 체코 입국 스탬프를 찍는다. 또 조금 있다가 오스트리아 경찰인 듯한 사람이 들어와 여권에 오스트리아 출국 스탬프를 찍는다. 그리고 또 한참 있다가 또다른 차장이 들어와 이번엔 프라하패스 검사를 한다. 네번의 검사를 통과하고서야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어 체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스트리아-체코간의 국경통과는 이제까지 유럽연합(EU)국가들처럼 쉽지가 않다. 체코도 2004년인가 유럽연합에 가입했다는데, 아직 화폐통합이 안되어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유레일패스 적용이 안되어 프라하패스를 별도로 구입해야 한다. 동유럽 국가중에서는 가장 빠르게 개방이 되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유럽연합으로 가입하는게 바람직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차장밖으로 보이는 체코의 시골풍경은 순박하고 투박하고 조금은 낡아 보였다. 언뜻 언뜻 보이는 크기만하고 낡아빠진 공장들의 모습을 보며 옛 사회주의 국가의 분위기를 느꼈다고 한다면 좀 심하게 예민한 것일까? 기차안에서 점심때 남아 싸온 통돼지갈비를 석과장과 함께 뜯어 먹었다. 석과장도 참 맛있단다. 한 번 더 먹어보고 싶다. 어둑어둑해지는 차장밖으로 체코 시골 풍경이 휙휙 지나가더니 그것도 금새 어둠속에 묻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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